본문 바로가기

일상

내 목숨? 16년 된 소화기에 달려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 방화로 국보 1호 숭례문을 잃는 가슴 아픈 사고를 겪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화재에 대비한 관리 감독만 철저히 이루어졌더라도 이처럼 큰 손실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보도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화재로 인한 대형 사고는 이번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이천 화재 참사로 40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당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기만 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등 너무나도 큰 대형 화재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 사회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문제 삼으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실제로 개선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소화기 작동해 본 적도, 화재 대피 훈련 받아본 적도 없어... - 재난을 대비한 체계적인 훈련 있어야

화재를 대비한 체계적인 진화 훈련이나 대피 훈련 등을 실제로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혹은 소화기 사용법이나 소화전 사용법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아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혹은 회사 어디에 소화기가 있고, 소화전이 있는지 알고 계신지요?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가 속했던 집단 속에서 화재 등의 재난을 대비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굳이 하나를 든다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 놓고 박스에 불 붙인 다음 선생님 한 분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시범을 보여줬던 기억이 유일합니다.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화재에 대비한 훈련은 받아보지 못했고, 소화기도 물론 만져보지 못했습니다.

제 경우를 너무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이어갑니다.

한 번도 훈련을 해본 적이 없으니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재난 방재 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의 민방위 훈련처럼 시간 때우기 식의 훈련이 아니라 실제 국민들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형 빌딩, 아파트, 학교 등은 화재나 기타 재난 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계적인 대비 훈련이나 안전 교육이 있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16년이 넘은 소화기, 제대로 작동이나 될 지... - 관리 감독 소홀환 관계 기관

 제일 처음 사진에서 보셨듯이 소화기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유지 관리하였을 때 수명이 5년이라고 합니다. 5년 이후에는 소방설비 공사업체로부터 매 2년마다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소화기에 씌어 있더군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각 층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비치되어 있는 소화기는 1992년에 제조된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준공된 것이 1992년입니다. 그러니까 아파트 준공시에 구입한 소화기를 이후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정밀검사는 제대로 받은 소화기인지, 정말 화재시에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한 층만 그런 것이 아닌가 하여 다른 층도 조사해 보았습니다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 문제 역시 다른 아파트를 다 조사해 보지 않았으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 곳만의 문제이라 하더라도 이는 관계 기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더구나,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의 경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인데도, 이처럼 관리가 안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지금 언론에서는 숭례문 화재 사고로 문화재 관리 대책에 대한 보도들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 관리 대책에 대한 점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을 뿌리뽑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재 시스템과 관리 실태 등을 뜯어 고쳐야 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방비로 국민들을 죽음과 공허감으로 몰고 갈 것입니까? 작은 소화기 하나이지만 그것부터 제대로 관리하는 것에서 국민들은 좀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