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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금 당신은 안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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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겨울의 학교는 교실마다 설치된 난로에 갈탄을 때어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녹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겨울만 되면 선생님은 어린 우리들에게 불조심 포스트를 그려오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불조심 포스트 그리기는 매년 관례처럼 되풀이되는 연중 행사 같은 것이어서, 어렸던 저에게 불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또 그려야 해?'라는 짜증 섞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말로만 안전을 외치는 나라 대한민국

초등학교 6년 내내 겨울만 되면 불조심 포스트를 그렸지만, 정작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도 사정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몇 천 명씩 모여 공부하는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된 재난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민방위 훈련은 그저 책상 밑에 들어가 수다를 떠는 요식적인 것으로 변질된 지 오래며, 화재 등의 비상 사태를 대비한 준비가 너무나도 미흡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화재 등의 재난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재난에 대한 안전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말로만 안전을 외치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재난 구호 장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 아끼지 말아야

평소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재난에 대한 안전 교육이 전무한 것도 문제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초동 대처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해안 주민 모두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의 경우 사고 초기에 기름 확산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이렇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다룬 어느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들은 내용입니다만, 현재 우리 나라에는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특수 선박이 한 척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 전문가는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곁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배가 몇 대만 더 있었더라면 이처럼 큰 피해를 입진 않았을 것이다. 그 배가 비싸 예산 문제로 도입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훨씬 더 큰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가?


며칠 전 이천 화재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또 한 번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대형 사고들을 겪어 왔습니다.  이번 이천화재참사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방안들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언론에 '반짝' 터뜨리는 그런 방안이 아니라, 국민들의 실제 삶 곳곳에서 위험의 요소들을 제거하는 데에 정부와 관계 기관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새는 교실에서 위태롭게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당장 건축물 보수 내지는 신축이 필요한 데도 예산 문제로 옥상방수공사 등의 땜질 처방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어진지 50년이 넘는 위태위태한 건물 안에서 지금 당신의 자녀들도 공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것보다 더 값진 나라 예산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고가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성장통이 되기를 바랍니다.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지금 한 번, 주위를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 번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지금 당신은 안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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