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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김훈,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우리는 흔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어떠한 대상을 바라볼 때, 그러한 시선을 두고 '객관'이라고 말한다. '객 관'이라는 말의 이해에 있어서 우리가 흔히 범하고 있는 오류 중의 하나는 '객관'='진실'이라는 등식을 섣불리 떠올린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삼자의 '객관적인' 시각은 제삼자의 주관이 반영된 것일 뿐,  그것이 '진실'을 담보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시선을 우리의 그것보다 보다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욕망이 우리 스스로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의 틀에서 생존을 위해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남에게만 눈을 흘기는 욕심에 가득찬 사시(斜視)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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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은 '보리'라는 한 진돗개 수컷의 눈을 통해 욕망과 폭력으로 가득찬 사시를 가진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지게 한다.

한 마리 개에 지나지 않는 '보리'는 정작 인간들은 보지 못하는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부러워 하였고, 경운기 엔진을 얹은 작은 어선으로 하루하루 땀흘려 일하며 살아가다 바다 속으로 스러져 간 주인 아저씨의 경유 냄새를 사랑했으며, 온 동네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다니며 힘없는 개나 사람을 괴롭히는 도사견 잡종 악돌이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악돌이와 사람의 폭력에 순종하며 죽어간 흰순이의 죽음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발바닥에 굳은 살을 박아가며 몸으로 부대끼며 세상을 배우는 자신과는 달리 쉽게 쉽게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쉽게 쉽게 읽히는 소설이었지만, 책장을 덮고 난 뒤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소설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가끔 그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보리(개)보다 나은 게 뭐지?'

인간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
아니면 땀 흘리며 사는 정직한 삶?
불의와 폭력에 맞서 싸우는 용기?
세상을 몸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정?

'보리'에게는 있는 것들 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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