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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애니메이션 '카 (cars)' 삐딱하게 보기


자 어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꼽아라?

뭐니뭐니해도 자동차 장난감을 빼놓을 수 없다.

픽사(pixar)가 디즈니에 합병된 이후에 나온 첫 애니메이션 '카(cars)'

일단 자동차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픽사의 많은 애니메이션이 그러하였듯,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고 자동차를 소재로 하고 있는
우화(寓話). 본래 생명이 없는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간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지닌 기술의 우수성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픽사가 내어 놓은 전편 애니메이션들(예를 들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등)에 비해 그 여운이 길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부지 라이트닝 맥퀸의 정신적 성장을 그린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카'는 라이트닝 맥퀸이라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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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카(cars)공식 홈페이지http://www.disney.co.kr/cars/

주용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그가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이다. 소설로 말한다면 성장소설 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은 피스톤컵이라는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자동차이다. 하지만, 맥퀸은 자신의 실력만을 믿을 뿐 주위의 도움이나 충고를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철부지 자동차이다. 그러던 맥퀸은 캘리포니아 경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우연히 66번 하이웨이 변에 있는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르게 되고, 그 곳 마을 사람들과의 생활을 통해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그들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보다 중요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현란한 사운드를 빼고 나면, 어른들에게는 다소 시시한 이야기로 느껴질 법도 하다.


지 모를 이질감 

자동차 산업하면 가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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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나라, 바로 '미국'이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놀랄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네들이 생각하는 자동차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글쎄, 뭐라고 할까? 딱히 자동차를 의인화한 우리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기 힘든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자동차에 눈을 달고, 입을 그려넣고, 바퀴의 움직임으로 손발의 움직임까지 모사해 내는 그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체를 의인화하거나 혹은 사람의 형태와 유사한 것들을 의인화하는 우리의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자동차와 떼려야뗄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자동차는 하나의 기계일 뿐, 애니메이션 '카'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나 온기를 가진 존재는 아니다. 픽사의 놀라운 상상력의 소산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살아있는 '자동차'들은 상당히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66번 하이웨이의 상징성은 미국인으로 살아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으며,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자동차들)의 모습도 여전히 우리의 그것과는 차이가 커서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의 나라, 자동차 경주에 열광하는 나라, 자동차를 사람처럼 아끼는 나라, 미국의 특성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는 철저히 미국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예전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방영되었던 '키트'같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작품인데,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자동차들에게서 사람의 냄새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저히 미국적이고 상업적이어서 비판받아야 하는 내용들

라이트닝 맥퀸은 피스톤컵의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동하전 중 행방불명된다. 이 대목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코드를 작품 속에 끌어들인다. 여러 나라의 뉴스에서 일개 미국 자동차의 실종을 특종으로 보도하고 있는 장면이 바로 그것인데, 이 장면이 주는 웃음의 이면에는 스스로 세계의 중심 국가로 자처하고 있는 그들의 세계관이 여실히 담겨있는 것 같아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했다.뿐만 아니라, 그들이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처하며 무력 침략을 일삼고 있는 중동 지역까지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디즈니의 막강한 파워를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이며 착한 나라'라는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공간적 배경이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미국의 실제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주 아름다운 화면으로 미국의 물질적 풍요를 영화 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 '헐리우드' 같은 미국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들에게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그외 이 애니메이션은 '캐딜락'이나 'BMW', '포르셰' 같은 자동차 회사의 간접 광고로도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영화에서 후원을 받고 특정 업체를 광고할 수 있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캐딜락처럼 날아서 BMW처럼 쏴라~'라는 말, 맥퀸이 한눈에 반한 '샐리 카레라'는 '포르셰'라고 분명히 언급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과 애니메이션 산업이 만들어 낸 미래 소비자들에 대한 훌륭한 한 편의 현란한 CF인 셈이다.


 
니메이션 '카'는 '해피 피트', '몬스터 하우스'와 함께 2007년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있는 작품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 이 작품이 만약 아카데미상을 받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더이상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지 않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