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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교사가 학생을 잡는 집단이란 말씀입니까?

특정 교사 자리 지키기 - 학생들 더 힘들어진다.

....기술.가정이나 음악.미술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 거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미술.음악 같은 예술과목은 선택과목으로 원하는 학생만이 이수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조차 예술과목은 선택이다. 프랑스 국립 일반계고교 2학년 임수진(16)양은 "음악과 미술 교과가 없는 고교가 대부분"이라며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학교 밖 기관 등을 이용해 따로 배운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필수 과목이 늘어나기까지는 관련 교과 교사들의 요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설 자리가 계속 줄어든 음악.미술과 기술.가정 교사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기사 인용>



아이들이 '교사'를 불신하게 하는 선정적인 제목  언제부터인가 각종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 매체 등에서 그들이 말하는 학교 선생들을 싸잡아 매도하기 시작했다. 촌지를 받아 챙긴 한 나쁜 선생 때문에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이 기자들의 붓 아래 치를 떨어야 했고, 누리꾼들의 감정적인 댓글로 상처를 받아야만 했다.
오늘 신문에서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또 한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이 기사의 제목은 교사를 학생보다는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집단으로 폄하하고 있다. 정말 교사 때문에 학생들이 힘든 것인가? 아니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교원 수급과 대입 제도 등에 혼선만을 초래하는 정책입안자들이 잘못된 것인가?

7차 교육과정 과목선택제의 허와 실  7차 교육과정의 실시와 함께 학교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진행되어 온 7차 교육과정의 선택 과목 확대는 분명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수능에 반영되지 않는 몇몇 과목들은 해당 과목의 시수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과목들을 가르쳐야만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전무한 실정이다.
학생들의 편향된 학습도 문제다. 수학 능력 시험의 영역별 지원수를 보면 알겠지만 학생들은 대부분의 선택 과목 중에서 공부하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학생조차 있다. 우스개소리가 아니라 심지어 '섬'으로 알고 있는 학생도 있다.

음악, 미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은 학교밖에서 배우라는 것인가?  
기자는 프랑스에 유학 중인 한 한국 학생의 인터뷰까지 소개하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자의 친절함은 아쉽게도 아주 유치한 수준의 언급에서 그치고 있다. 입시 제도나 교육 과정, 기타 교육 여건 등에 대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프랑스에서 그렇게 하니 우리도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정말로 기자는 음악, 미술 등의 교과는 사교육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마 기자의 생각이 오래전에 관철되었더라면 나는 지금 아이에게 동요 한 곡 제대로 불러주지도 못하고, 자동차 그림 한 번 제대로 그려주지 못하는 아빠로 자랐을지도 모른다. 물론,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만 그림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학교가 아니라면 미술과 음악을 접하고 싶어도 접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육은 입시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과의 교수의 인터뷰도 잠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교육학과 교수인데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현행 입시제도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김재춘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국어, 영어, 수학, 사탐, 과탐 중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이 반영하는 교과목만을 골라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분명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목인데도 전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  필수 이수 과목이 늘어나는 것을 단순히 교사들의 제밥그릇 챙기기로만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관점이다. 그리고, 그 예를 들면서 음악이나 미술 과목을 든 것 또한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의 지식을 암기하는 기계가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 교육이 학생의 정서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편협한 시각으로 교육을 재단하지 말아야  기자의 논리대라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에 꼭 필요한 과목들만을 스스로 선택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가 변해야 한다. 일주일 34시간의 수업 시간 중에 국어 10시간, 수학 10시간, 영어 10시간, 사탐 내지는 과탐 4시간으로 교육 과정을 짜면 수능을 위한 완벽한 대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운영이 된다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줄게 될까? 과목수가 준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과 같이 교과성적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입시제도 하에서는 과목수가 많건 적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하는 문제의 본질은 다른 무엇보다 입시 제도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
정반대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전인 교육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선정하는 것은 오히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학업 부담이 문제가 된다면, 기사에 언급된 음악이나 미술 등의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하되 평가를 하지 않는 교양 과목으로 하면 어떤가?

이런 식의 대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지, 사람들의 눈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교사와 아이들을 갈라놓는 이간질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언론의 힘은 무섭다. 동기나 후배 중에 언론 쪽으로 진출한 녀석들이 있다. KBS나 SBS 같은 방송국 기자도 있고, 신문사 기자도 있다. 하지만 가끔 그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로 기사를 따내고는 내가 한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 기사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가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이 기사는 해당 사안을 단순히 교사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 미술, 음악 등의 과목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이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 그냥 사실만을 전하는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교사의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언론의 관점이 정말 유치한 수준이어서 심히 걱정된다. 책상에 앉아서 기사 쓰지 말고,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아직도 수많은 스승들과 제자들을 만나보길 기자에게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