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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수위, '영어 공교육 강화'가 만병통치약?


인수위가 초,중,고 일반 과목도 영어로 수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임을 밝혀 또 한 번 교육계에 큰 충격파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근거로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의 경감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영어 교육을 공교육에서 제대로 챙기면 영어 연수를 위해 한 해 몇 만명씩 해외 유학을 떠나는 파행적인 우리 교육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고 나아가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과연 인수위의 논리대로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면 영어 사교육 시장이 쇠퇴하고 나아가 공교육이 정상화될까요?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다시 질문을 던져 봅시다.

영어 공교육의 강화로 원어민 교사가 일반 과목까지 모든 과목을 가르치고, 학생들도 모두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시다. 과연 지금과 같은 기러기 아빠는 그 때 존재하지 않게 될까요? 영어 사교육 시장은 사라지고, 공교육이 정상화 될까요?

혹시 지금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좀 더 차별화된 과외 수업을 받으려 하지는 않을까요? 기러기 아빠들은 지금보다 내 자식을 좀더 좋은 곳으로 보내, 모두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현실 속에서 내 자식이 조금이라도 더 낫기를 바라지는 않을까요? 혹은 영어 구사 능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 들었으니 국어, 수학 등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교육을 받지는 않을까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어 구사 능력은 아주 중요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영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인 양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전공이 무엇이든 '영어' 못하면 대학 못가게 만들어 놓고, 하는 일이 무엇이든 '영어' 못 하면 회사 못들어가게 만들어 놓았으니 기러기 아빠들은 몸과 마음이 타들어가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왜곡된 우리 교육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영어 공교육 강화에 앞서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는 대학입시 시스템과 기업들의 인사 선발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우리 교육의 고질병을 말끔히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예비 기러기 아빠 신세에 놓여 있는 저는 어쩐지 이번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이 '영어 사교육 시장의 폭발적 팽창'의 도화선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자꾸만 됩니다.

인수위의 여러 가지 교육 정책들 속에서 '능력'과 '실용'은 강조되고 있지만, 교육의 본질적 목표라고 생각하는 '제대로 된 사람으로의 길러 냄'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필연적으로 1등과 꼴찌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1등을 길러내는 것도 교육이고, 꼴찌를 길러내는 것도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 인수위의 교육 정책, 변화와 혁신 이전에 교육의 본질과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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