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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행자부 노벨평화상 추천은 '누워서 침뱉기'


행정자치부가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방제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자 '태안 자원봉사자 활동'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뉴스를 통해서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이번 사고 때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방울은 노벨평화상이 아니라 그 어떤 것으로도 갚을 수 없을 만큼 귀중한 힘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느닷없이 행정자치부가 태안 자원 봉사자활동의 노벨평화상 추천을 검토하겠다는 뉴스가 나온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깟(?) 노벨평화상 하나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신속하게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은 마당에 대외적인 전시 행정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해외 언론들도 우리 자원봉사자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겉으로 아름답게 포장하는 우리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썩은 것들을 잘라내고 치료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제 또 어민 한 명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사고 이후,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피해 보상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에 대한 한 마디 사과의 말도 없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기업들도 문제지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허술한 법령과 선박 관리 시스템으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여수 씨프린스호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상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제 시스템을 여전히 구축하지 못한 채 피해를 확대하였기 때문입니다.  

태안 자원봉사자 활동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행자부의 의도대로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일에는 선후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바닷가에 나가 찬 겨울바람과 파도와 싸우며 방제 작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노벨평화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들에게는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그들은 행자부의 이런 생각에 지금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허술한 법령과 잘못된 선박 관리 시스템, 방제 시스템 미비로 우리 역사상 최악의 환경 오염 사고를 일으킨 정부가 노벨평화상이라는 달콤한 당근으로 우리들의 따까운 눈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본질이 점점 묻혀가는 느낌입니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보도는 자원봉사자 활동에 대한 찬양 일색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썩어가고 있는 곳을 도려내어야 하는데, 썩은 곳은 자꾸만 감춰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려 하는 듯합니다. 썩어 있는 우리의 속살을 노벨평화상이란 옷으로 가리려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100만 명이나 되는 국민이 자원봉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 사고가 났더라도 향후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는 나라야말로 평화로운 나라입니다.

서해안 사고를 노벨평화상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행자부의 생각. 관뒀으면 합니다.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