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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리 그냥 옛날 번호 쓰게 해주세요, 네~

















'통신과소비'를 막기 위해 휴대 전화로 전화를 받을 경우에도 요금을 부과할 방침이라는 뉴스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아니지만 저도 오늘 휴대전화 관련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전체 휴대폰 가입자 중 010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55%대에 진입하여 기존  01* 식별번호 강제 폐지가 코앞으로 닥쳤다는 기사가 주요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였습니다. 정보통신부가 010 번호 사용자가 전체의 80%선에 이르면 기존 식별번호(011·016·017·018·019) 강제 폐지를 검토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대부분의 전문가들 또한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는군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지 못합니다. 대신, 기술적인 부분 외에 정통부의 기존 휴대전화 식별번호 강제 폐지 계획에 대해 기존 식별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불만을 토로하고자 글을 씁니다.

휴대전화 번호 변경을 꺼리는 이유

저는 아직까지 휴대폰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동안 휴대폰 고장이나 분실 등으로 몇 번 휴대폰을 새로 장만하였지만 기존 번호를 사용하기 위해 신규 가입시 주어지는 여러 혜택들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었죠. 제가 기존 번호를 고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번호를 바꿀 경우에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 때문이었습니다.  나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제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또한 새로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사이트 등에 입력되어 있는 개인정보도 모두 수정을 해야하는데, 엄두가 안나더군요. 이러한 사용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통신사들이 번호 변경 알림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휴대폰 번호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 일 중의 하나입니다.

강제 폐지? 누구 맘대로?

010식별 번호가 전체 식별번호의 80% 이상이 되면 기존 식별 번호들을 강제 폐지한다는 발상은 2008년을 살고 있는 저에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보상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강제로 없애버린다?

휴대전화 번호는 사용자 모두의 무형적 자산입니다. 강제 폐지 운운하기 전에 휴대전화 번호 변경으로 일반 사용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고려부터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시시콜콜한 사례지만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게 되면 저는 아직 100장도 넘게 남아있는 명함을 다 버리고, 새로 명함을 파야 합니다. 이미 나눠 준 명함도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겠죠. 휴대전화가 중요한 사업 도구인 분들은 아마 더 심하시겠죠?

기술적인 문제와 관리 및 유지 부문에서 통합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점이 있으니 기존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강제 통합'의 방법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정통부는 지금 80%라는 통계 수치를 기다리며 손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 식별번호 강제 통합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입을 수 있는 유형, 무형의 피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보상 혹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들 스스로 010번호로 옮겨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강제'라는 말을 사용하는지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이름이 다섯 글자인 사람에게 국가 전산망 관리 등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무조건 네 글자 이하로 다시 지어라고 한다면 그러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나친 비약이라고요?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것이 이름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강제 폐지'라는 엄포보다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좀더 합리적인 방안이 수립되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