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보 공시 포털 사이트 '학교 알리미'가 12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가 운영되고 난 후 각종 언론 매체들은 학교 정보 공시와 관련된 여러 내용들을 기사화하고 있으며 몇몇 기사들은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기도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학교 정보 공시와 관련된 일련의 보도에 있어 몇몇 언론사들이 전교조 가입 교사수나 대학 진학률 등 비본질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을 앞다투어 기사화하는 보도 행태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언론사는 "서울대 진학률 높은 학교는 전교조 가입 교사 수 적다"라는 식의 제목을 단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진학률을 학교 평가의 잣대로 삼아 전교조 가입 교사수와의 상관 관계에서 파악하려는 시도는 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여진 기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해야하는 역할을 스스로 내팽개친 셈이지요.
학교 정보 공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재 '학교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된 정보들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학교정보공시 포털 사이트 '학교 알리미' 첫화면 http://www.schoolinfo.go.kr/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료들을 보면서 현장에서 학교 교육 정보 공시 업무를 진행한 선생님들조차도 몇몇 항목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대다수 언론들이 포커스를 맞추었던 '대학 진학률'입니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어느 고교의 졸업생 진로 현황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등재된 학교 정보 중 <졸업생의 진로 현황>은 위의 그림에서처럼 대학(4년제) 진학자수, 전문대 진학자수, 국외 대학 진학자수, 취업자수, 기타 학생수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현재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데이터들은 단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일 뿐, 어떠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학교 정보 공시 제도의 출범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것이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학교 정보 공시를 대비해 정확한 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대책이나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웠던 것이 현실입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졸업식이 끝난 뒤에도 합격자를 발표하는 대학이 수두룩하고, 예비 순위에 올라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합격이 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고,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동시에 붙은 학생의 경우 4년제를 포기하고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졸업식 이후 벌어지는 이 모든 변동 사항들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서 조사하는 방법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었습니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자료들은 작성한 선생님의 실명과 확인자의 실명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실명 공개를 통하여 사이트를 통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공시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졸업생 진로 현황' 항목은 위에서 밝힌 이유 등으로 현재로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정보공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료 검증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학교 정보 공시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현재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한 15개 영역 39개 항목에 대해서도 우리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공시해야 할 것과 공시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 진학률 전교조 가입 교사 수 적은 학교가 높아"라는 제목을 달고 비뚤어진 교육관을 심어주는 기사를 다시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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