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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수능 4교시 - 부정행위자 양산하는 死교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제 실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수능은 학생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시험입니다. 이런 중요한 시험을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망치게 된다면 그 것처럼 억울한 일도 없겠지요. 사소한 실수로 인해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시험이 무효 처리되는 학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올해 수능에서 부정행위자로 적발된 학생이 106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작년보다 41명이나 늘어난 수치라고 하더군요. 어젯밤 10시까지 집계된 것이니 아마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부정행위 유형을 보면 반입금지 물품을 소지하여 부정행위 처리된 학생이 51명, 4교시 탐구영역의 시험 방법을 어겨 적발된 수험생이 44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학생들 중 대부분은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부정행위자로 적발되었을 듯합니다. 제가 감독관 업무를 하였던 시험장에서도 여러 명의 부정행위자가 적발되었는데, 다들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부정행위 처리되었거든요.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은 분명 본인의 과실입니다.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챙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부주의만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의 시험 제도가 어린 학생들을 억울하게 부정 행위자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4교시 탐구영역 시험은 진행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자칫 잘못하면 부정 행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소 억울한(?) 부정 행위자를 양산하는 주범인 셈이죠.

시험 전 날, 수험생 예비소집이 있듯이 수능 감독관들도 하루 전에 모여 감독관 회의를 갖습니다. 수능 감독 요령에 대해 공부하는 자리라고 보면 쉽겠습니다. 매년 열리는 이 회의에서 늘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4교시 감독 요령입니다. 1,2,3교시 시험보다 훨씬 까다로운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감독관 선생님들조차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바로 4교시 탐구영역 시험입니다.

이렇게 불편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크나큰 부담입니다. 더욱이 조그마한 실수로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날개를 접어야만 하는 처지가 된 학생들에게는 평생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시험 진행 절차 혹은 방법 상의 잘못을 부정 행위로 간주하는 현 수능 시험의 4교시 체제는 수정 보완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시험 절차나 방법에 신경쓰지 않고 문제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능 4교시 시험은 고의성이 없는 잠깐의 실수를 한 학생들에게 지울 수 없는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교과부 및 관계 기관은 학생들의 실수를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고민이 바로 사람을 위하는 '교육'의 출발점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