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에 있는 직업학교들이 2009학년도 위탁교육생 선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수능 예비소집일이라 어수선한 교무실 한 편에서 직업학교에 지원한 학생들이 자기의 합격여부를 확인하고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 40명 중 5명이 직업학교에 지원하였습니다.
그 중에 3명이 합격을 하였고, 2명은 불합격하였습니다.
막상 직업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니 담임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불합격한 2명의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합니다.
적성에 맞는 진로 지도보다는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교육 현실이 문제
직업학교의 위탁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마음이 착잡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 그에 맞는 체계적인 진로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교육 활동의 당당한 주체로 서야 할 우리 학생들이 소외당하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직업학교를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여 근태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직업학교를 꿈꾸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 아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적성에 맞지도, 흥미도 없는 학과 공부를 하다 보니 당연히 성적은 안 나오게 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 생활 자체도 싫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학교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들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 교실에 앉혀 놓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해 해야 할 부분이지요. 사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제일로 강조되는 목표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오늘 제가 꺼낸 이야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할 것을 꿈꾸게 하기보다는 본인의 적성을 찾아 계발하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그러한 구호가 실천되는 것이 아직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적성검사는 그냥 참고용으로 실시될 뿐, 학생들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거나,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넌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구나.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교에 왔으니 우선 대학을 가고 보자'라는 식의 상담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 수업은 들을 필요 없다. 방과 후에 사설 학원 가서 열심히 배워서 사회로 바로 진출하면 돼."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왠지 내 아이를 그냥 내팽개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직업학교를 꿈꾸는 학생들.
그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배려하는 교육 활동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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