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체육 수업이 비극적인 현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초중등교육과정 개정안

7차 교육과정 개정안이 교육부에 의해 확정발표되었다.

이를 두고 여러 언론매체들에서는 '고3도 체육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제목으로 기사를 타전했다.

기술가정 과목또한 필수 선택과목군으로 분리하려던 기존안에 비해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교육 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교육수요자들이 7차 교육과정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체육 과목이 대학 입시의 성패를 가름하는 수능이나 논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이수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능이나 논술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내신 성적에는 반영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반발의 주요 논리이다.

교육수요자들의 이러한 반발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현실적인 측면에서 비판한 것으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주장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개정안에 대해 대다수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우리의 입시 제도와 그에 따르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행 입시 제도에서 대학들은 수능+내신+(논술,혹은 구술면접+비교과영역)의 총점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 탐구영역, 제2외국어영역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번에 교육수요자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체육 과목의 경우 수능에는 출제되지 않는다. 현재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논술고사의 경우에도 체육이나 음악, 미술, 기술가정 등의 과목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

현행 입시 제도하에서 많은 학생들은 시간을 들여 예체능계 과목이나 기술가정 과목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들 과목들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입시와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고등학교 교육과정개정안에 우리 사회의 반발과 요구는, '전인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적 목표에 소홀한 면이 없지않다.

이번 교육과정개정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공방에 있어서 그 핵심에 있어야 하는 논의는 '현 입시 제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되었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들이 입시 제도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정개정안에 대한 논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한민국 고등학생 대부분은 입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는 많은 부분 입시로부터 파생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교육에 대한 열망이 '대학 합격'에만 관심을 갖고, 학생의 숨은 적성을 찾아 그것을 계발하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현실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치료해 나가야 하는 우리 교육이 앓고 있는 병 중의 하나이다.  

그 병의 치유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중 ·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대학 진학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진로교육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 한 번 없이 입시 지옥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도 더러는 있을 터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와  적성 계발의 장을 마련해 주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우리의 어린 자녀들 앞에 제대로 된 어른의 모습으로서 조금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교육과정개정안을 둘러싼 공방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글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교육과정개정안 확정에 이르기까지 벌어졌던 많은 논란들을 특정 집단간의 이권 다툼이나, 학생들의 학습 부담 가중이라는 측면에서만 다루었던 언론의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입시는 교육의 한 하위 영역일 뿐 그 전체가 아님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우리들도 보다 큰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고, 비판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많은 어른들이 지금도 우리의 자녀들에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이 대학 입학만이 아니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 속에 이미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과 목표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고3 학생들에 대한 체육 수업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더욱 비극적인 것은 아닐지?

우리 모두 한 번씩은 진지하게 품어보았으면 하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