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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봄비가 쓰리기만 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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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전국적으로 많은 봄비가 내렸습니다. 촉촉한 봄비의 방문에 겨우내 얼었던 땅들은 기지개를 켜고 . 다시 한 번 그 안에 많은 생명들을 잉태할 것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들에게 또 한 번 초록빛 봄을 선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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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흠뻑 젖은 세상은 왠지 새로운 생명력으로 가득차 보입니다. 나무도, 풀도, 심지어 비에 젖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을씨년스러움보다는 활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분명 봄이 가져다 주는 축복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토록 달콤한 봄비를 아프게 맞고 있는 나무 몇 그루를 보고, 마음이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가지치기를 한 모양인데, 잔가지를 쳐낸 것이 아니라 나무 줄기의 중간을 싹둑 잘라놓았습니다. 멀리서 보면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라 흡사 땅에 박아 놓은 '말뚝' 으로 착각할 지경입니다.

설상가상 잎과 줄기를 모두 빼앗긴 나무에는 아파트 상가 내 한 매장의 광고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말 그대로 '말뚝'으로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심 가로수들을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를 했던 한 지방자치단체가 언론과 누리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존재라 잘 잊어 버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망각의 존재인 사람에 의해 잘려나간 저 나무는 아마도 내 아이가 내 손자를 낳을 때쯤이 되어서야 예전처럼 그늘을 드리울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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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라는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나무가 누구의 소유이든지 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이렇게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무 소유자의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아파트 주민들은 이 나무 밑을 오갈 때마다 말뚝처럼 흉물스럽게 변한 나무를 보면서 앞으로 몇 십 년을 두고 되풀이될 불쾌함 속에서 살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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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이 잘려나간 나무는 한 두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사유 재산의 행사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에 의한 사유 재산의 행사가 공중의 이익에 반할 때 이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장치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에서 도심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 의 조경수의 경우 그 소유권이 누구에 있느냐하는 문제를 떠나, 적절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도시 환경 훼손을 이유로 담배 꽁초를 버린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목욕탕에서 문신을 노출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도심의 가로수와 아파트 등지의 조경수,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 뒤면 다시 식목일이 돌아옵니다. 텔레비전에 뉴스에서는 또 한 번  나무 심기 행사를 메인 기사로 내보낼 것입니다. 나무를 새로 심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 곁에 있는 나무들을 잘 관리하려는 노력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당장의 편리함만을 좇기 보다는 조금은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요?

봄비 내리는 밤, 착잡한 마음에 몇 자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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