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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개성에 다녀왔습니다.

발은 한 가득 설렘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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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폭포

처음으로 밟아보는 북한 땅. 개성 여행의 시작은 막연한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금강산 여행이 시작되었으니 북한 지역을 여행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군사분계선을 넘어 버스를 타고 개성으로 간다는 것은 충분히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졌던 '설렘'이란 단어가 '충격'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나도 가까운 곳에...

개성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 넘어간 길을 버스를 타고 지나 달리기를 얼마쯤 했을까...  낯익은 기업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성 공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시내 쪽으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에 같이 탑승한 북한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개성 관광이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관광 버스의 행렬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 보이는 듯 했다. 가끔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첫만남이었다.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북한 동포들이 있었다.

들 틈에서 관광을 하고 있다는 것이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북한 동포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충격적이었다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듯하다.

개성 시내로 접어들기까지 내 눈 앞에 펼쳐진 산야의 풍경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산은 나무 한 그루 없이 헐벗고 있었으며, 집들은 아주 오래 된 세월의 흔적을 무겁에 안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마다 어김없이 군인 한 명이 부동 자세로 서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개성 시내에 들어서자 거리에서 북한 동포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통일로라 불리우는 도로에 차라고는 개성 관광 일행을 태운 남쪽의 버스만이 길게 지나가는 터라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도, 개성 시민들은 우리의 모습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우리 일행들이 창밖을 향해 던지는 손인사에 답례를 하는 북한 동포들도 더러 있었으나, 그들 대부분에게 이미 남쪽 사람들의 관광 행렬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 그들의 밝지만은 않은 표정에서 과연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우리의 북한 관광이 북한 동포들을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보고 지나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솔직히 많이 어려워 보였다. 북한 동포들에게 값싼 동정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여행이었다고 할까?...
 
박연 폭포, 고려박물관, 선죽교... ?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불과 서 너 시간 만에 스스럼 없이 대화할 수 있었던 북측 안내원의 환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