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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선후배 관계에 대한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 바로 잡아야 할 때


2년 전, 중·고교생들의 알몸 졸업식이 처음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던 사건이었고, 저도 그 당시 블로그에 짤막하게나마 제 생각을 담은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잠깐의 홍역으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이후 해마다 졸업철만 되면 '알몸 졸업식'과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문제가 되고 있는 졸업식 뒤풀이에 연루된 가해 학생들을 사법처리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10대들의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우리 아이들이 저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학교와 가정의 의미는 무엇이며, 과연 학교와 가정은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졸업식 뒤풀이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지만 한 가지만은 꼭 고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선후배 관계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입니다.

제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처음 학교에 발령을 받고 와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선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 질서였습니다. 특히 동아리 선후배 사이의 위계 질서는 마치 십 수년 전 제가 군대에서 경험했던 선후임병간의 관계보다도 더 엄격한 듯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선배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여고생들의 모습, 후배들을 빙 둘러 세워 놓고 몇몇 선배가 그네들을 다그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꼭 빼닮아 있음에 씁쓸해 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행동들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학생들이 많고, 그러한 일들이 마치 좋은 전통인 양 계속 후배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가정과 학교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도를 한다면 분명 좋아집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몇 년 동안 꾸준히 지도를 한 덕에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과연 좋은 선배, 좋은 후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분의 자녀들도 여러분과 똑같은, 아니 더 심한 일을 겪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20년도 지난 시절에 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일들, 옛날 군대에서나 겪었던 그런 일들이 아직도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우리 사회 모두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나쁜 행동을 금방 따라 합니다.
결국 우리 어른들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