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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개그콘서트의 웃음에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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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개그콘서트를 좋아하는 시청자 중의 한 명입니다. 평일에는 뉴스를 보는 시간대이지만 일요일만큼은 개그콘서트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요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보고 있으면 가족과 함께 보기가 다소 민망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초창기의 개콘이 참신한 발상으로 시청자들의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 내었다면, 지금 개콘은 막말과 가학적 연기로 가득 차 있어 웃어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맙니다.

같이 보던 아내도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냐?"
 "예전에는 경상도 사투리 친근감 있게 들렸는데 저런 말 자꾸 쓰니까 경상도 사투리 자체가 싫어져~"

같이 보고 있던 아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저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 머리를 왜 자꾸 때려? 재미있는 거야?"

문제점 하나. 막말과 호통이 난무하는 대사들

"니 바다에서 보면 직이삐끼따~~" ,"따구를 날려 버리겠다~~", "임마, 센터를 맞추라구.. 집에 가서 개나 지켜", "오늘 처음으로 여자의 주둥이라는 것을 비틀 뻔 했어~"...

요즘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으면 텔레비전 볼륨을 낮추게 됩니다. 대부분의 코너들이 서로 큰소리로 호통치는 대사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개그맨들이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막말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악의 없는 말들이라는 것 잘 알고는 있지만 웃고 나서도 그 뒷맛은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말은 사람의 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방송 매체의 경우 말을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그맨들은 말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웃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웃음만 주면 된다는 생각에 막말을 함부로 쓰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개운한 웃음을 주는 개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문제점 둘.  가학적인 행동들

몸개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대 개그맨을 때리는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 웃음 역시 뒷맛이 씁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달인'코너의 경우 류담씨가 상대 개그맨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으로 늘 마무리를 합니다.
오늘 '조선왕조부록'의 경우에도 개그맨 박지선씨가 상대 개그맨들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고요.

서로 때리고 맞는 모습 말고 다른 방법으로 웃음을 줄 수는 없을까요?

바란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개운한 웃음을 주는 개콘이 되길

개콘이 있기가 있는 만큼 개그맨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대중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또한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 연령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개콘은 꼬마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즐기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개그맨들의 노고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무조건 웃음만 주면 된다는 생각에는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막말과 가학적 행동으로 쉽게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 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웃음의 뒷맛은 그리 개운하지 않습니다. 개콘을 대상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다른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어린 아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개그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어릴 적 몇몇 개그 프로그램에서 제가 느꼈던 감동을 제 아들 녀석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