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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블로그를 통한 범죄 신고 ???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자신이 당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잡아달라거나, 범인를 신고하는 글들이 간혹 눈에 띈다. 그런데, 간혹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들도 적잖게 발견할 수가 있어 걱정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타인의 범죄로 피해를 입었고, 그 대가로 벌을 주고 싶다면 일차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정식으로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러한 일차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잘못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블로그에 게시하는 행위는 좀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에서도 범인을 공개수배하여 검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되는 사건들은 경찰이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였으나,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건들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나긴 했으나 블로그를 통해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데 네티즌들이 힘을 보탰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도 아버지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고, 범인 또한 검거하지 못해 공개수사 형태로 네티즌들의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었다.

오늘밤 공교롭게도 한 포털사이트 인기글 1, 3위에 범죄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왔다. 한 글은 안양 실종 어린이들 찾기 배너를 배포한다는 글이고, 또 하나의 글은 뺑소니 차량을 신고하는 글이다.

두 글은 비슷한 목적으로 씌어진 글이나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안양 실종 어린이찾기 배너 배포와 관련된 글은 앞에서 말한 TV 프로그램처럼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데 반해, 뺑소니 차량을 고발하는 글의 경우에는 차량 번호까지 그대로(캡처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게 처리함) 게시물에 드러내고 있다.

첫 번째 글은 문제의 소지가 없으나, 두 번째 글에는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블로거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나, 절차와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는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피해자가 차량 번호까지 다 알고 있으니 그냥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인터넷을 통해 잘못이 공개되어 사회에서 매장된 이들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개똥녀가 그랬고, 신생아실 간호조무사들이 그랬다.

물론 그들의 행위를 두둔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개똥녀나 신생아실 간호조무사들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파장을 고려하면 그들은 용감한 누군가의 무분별한 사이버 고발로 사회적 사형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 얼굴을 모자이크 정도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블로그를 통한 범죄 고발. 잘못한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그 자료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블로그를 통해 고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고발이 목적이라면 경찰서에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각성을 요구할 목적이라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개인적인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블로그..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