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우유대장이었던 어린 시절. 유통 기한이 지난 줄도 모르고 상한 우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절대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그 맛에 나는 심한 구토를 했었고, 한 동안 달고 있었던 배앓이로 우리 집을 매일 드나들 수밖에 없었던 우유 배달 아주머니는 애꿎게 발소리를 죽여야만 했었다. 그 후로 나는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내 눈과 내 코를 먼저 거쳐가도록 하였고,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들처럼 이 두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한 것들에게만 내 뱃속으로 들어올 자격을 주었다. 우리들의 삶과 사랑도 저마다의 유통 기한을 족쇄처럼 차고 있다. 삶의 유통 기한은 죽음이 오기 전까지이며, 사랑의 유통 기한은 권태나 이별이 습격하기 전까지의 황홀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상한 우유처럼 삶도 사랑도 '유통 기한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