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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울로 코엘료의 < 연금술사 >


연금술사(鍊金師) : 연금술에 관한 기술을 가진 사람. ≒연금사.


연금술(鍊金) :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중세 유럽에 전해진 원시적 화학 기술. 구리, 납, 주석 따위의 비금속()으로 금, 은 따위의 귀금속을 제조하고, 나아가서는 늙지 않는 영약()을 만들려고 한 화학 기술로, 고대 이집트의 야금술()과 그리스 철학의 원소 사상이 결합되어 생겼다. 근대 화학이 성립하기 이전까지 천 년 이상 계속되었다.

두 번의 꿈에서 똑같이 보았던 보물을 찾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찾아 나선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에게 사막의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



고 있었던 내 삶의 보물을 다시 발견하는 기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둘째 아이를 출산한 아내를 간호하는 병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채워 줄 무언가를 찾다 다시 펼쳐보게 된 책. 덕분에 산티아고가 똑같은 꿈을 두 번 꾸고 보물을 찾아나선 것처럼 나의 책꽂이에는 똑같은 두 권의 책이 나란히 꽂히게 되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이 소설에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존재의 이유와 그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자아의 신화 추구'라는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랬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바로 '자아의 신화'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 삶의 보물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기쁨이었다.


아의 신화, 그리고 꿈

산티아고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보물이 있다고 알려주는 소년의 꿈을 똑같이 두 번이나 꾸게 된다. 그리고 꿈의 의미를 알기 위해 꿈해몽을 잘한다는 노파를 찾게 된다.

"...그 꿈은 이렇다네. 자네는 정말로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가게 돼. 난 한 번도 그런 곳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아이가 자네에게 보여주었다면 실제로 있다는 얘기지. 그리고 자네는 거기서 자네를 부자로 만들어줄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주인공 산티아고는 노파의 이 단순한 꿈 해몽에 실망하며,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말을 듣자고 시간을 들여가며 여길 찾아온 게 아닙니다."

"바로 그거야! 그래서 풀기 어려운 꿈이라고 이야기한 거지.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지....

"어떻게 제가 이집트까지 간단 말이에요?"

"난 그저 해몽만 할 뿐이야. 그걸 현실로 만드는 건 내 일이 아니야..."

그랬다.  
서른 중반이 되어 버린 나이. '되어 버린'이라는 표현이 무척 사납게 느껴지지만 나는 현재의 내 삶에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세상을 여행하며 살고 싶어 양치기의 삶을 택한 산티아고의 그것처럼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에서 나에게 길을 내어준 것은 바로 내 삶의 미래애 대한 '꿈'이었다.

지금 나는 산티아고처럼 누군가에게 내가 꾸었던 꿈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해몽을 바라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정말 몽롱한 잠 속의 꿈처럼 그 꿈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고 만 것은 아닌가?

산티아고가 꾼 꿈은 '몽夢'이면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삶의 이상理想'을 온전히 담고 있는 셈이다.

산티아고는 노파의 집에서 나온 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을 만나게 된다.

"...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여행을 좋아했지만, 자신은 결코 이집트에 갈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는 멜키세댁의 조언으로 자신의 양들을 모두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이집트로 가는 배에 몸을 싣게 된다. 불과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산티아고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여행을 좋아해서 양치기의 삶을 선택했던 산티아고, 멜키세댁을 만나기 전 양치기로서의 삶에 안주하던 산티아고의 삶이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의 삶을 박차고 이집트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 산티아고의 모습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꿈꾸어 왔던 삶의 길로 들어선 지금의 나는 그 초입에서 산티아고처럼 양치기의 삶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산티아고가 양치기의 삶을 버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보물을 찾아 나서는 길은 여행을 꿈꾸었던 산티아고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삶의 과정의 은유인 셈이다.

작가가 신화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듯하다. 신화...?
그렇다. 산티아고가 양치기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은 이집트에 갈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찌보면 멜키세덱이 말한 것처럼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자신의 신화를 이룰 수 없다고 포기해 버린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처럼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패배해 버린 모습을 우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으로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정한 자신의 꿈을 잊게 만들었고, 이룰 수 없게 했던 세계와의 대결에서 산티아고는 결국 승리하게 된다. 난폭한 세계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산티아고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우리도 모두 그러한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마음'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네...연금술사의말

작가가 말하는 '만물의 언어', 만물의 정기 속에 깃들어 있다는 '하나의 언어'는 무엇일까?
산티아고가 오아시스의 여인 '파티마'에게 가졌던 사람의 감정도 그것일 터이고, 피라미드로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 마음도 바로 그것일 터이다.

산티아고에게 '파티마'와 '피라미드로의 여행'은 그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고, 잊고 있었던 삶의 보물들인 셈이다.

"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네..."

사막의 연금술사가 산티아고에게 건넨 이 한마디.

내 삶의 보물을 만들기 위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산티아고에게서처럼 바로 나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산티아고가 멜키세덱과 사막의 연금술사를 표지로 자신의 보물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처럼,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내 삶의 보물을 다시 발견하게 된 기분이다.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발견하고, 그 꿈을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삶의 연금술의 비밀이 아니겠는가?


물은 가까운 곳에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꿈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 땅을 파헤친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기대처럼 보물은 나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무장한 병사들을 만나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모두를(연금술사가 자신에게 만들어 주었던 금과, 피라미드에 보물이 있다는 비밀조차) 내어주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을 내어줌으로써 산티아고는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될 '표지'를 얻게 된다. 한 병사로부터 자신이 양치기로 살았던 시절, 자주 머물렀던 스페인의 한 교회의 무화과나무 밑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꿈을 되풀이해서 꾸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산티아고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와 마침내 그 병사가 말한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으러 이집트로 떠났지만, 결국 그 보물은 자신이 늘 머물렀던 스페인 땅에 있었던 셈이다. 보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보물을 보질 못했던 것이다.


치며..

'마크툽'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보물이 이미 하나씩 주어져 있는 셈이다. 그 보물은 다름아닌 우리의 꿈이다. 그리고 모든 존재의 삶 그자체가 바로 하나의 보물인 셈이다.

'모든 이들은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대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연금술사의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꿈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야야말로 납처럼 무미건조한 우리의 삶을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게 할 수 있는 진정한 삶의 연금술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내 꿈, 내 삶의 보물...
몇 년의 세월을 두고 다시 펼친 <연금술사>는 또 한 번 나에게 삶의 표지를 제시해 주었다.

나는 진정 내 삶의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