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코어가 대세인 시대에 웬 펜티엄3 구닥다리 노트북 이야기냐구요?
6년 가까이 정 붙이고 살아온 녀석이 생명을 다하였으니 마지막 인사라도 해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과 왠지 쓸쓸한 마음에 몇 자 끄적여 봅니다.
그리고, 저처럼 아주 오래전에는 얼리어답터 (early adopter)였으나 지금은 마지막 최종 수용층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께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시면서 이리저리 발품을 팔고는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잘되던 노트북이 어느 날 눈만 껌뻑껌뻑 하고는 도통 부팅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이럴 때 기술이 있는 사람은 고장 원인이 뭘까 고민하고 분석하여 그것을 해결하지만, 저처럼 기술이 없는 사람은 "국산은 맞아야 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녀석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살살 때리다가도 20분 넘게 녀석이
<메일표시등만 깜빡이며 부팅이 되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 센스 830>
하지만, 녀석의 증상에 대한 정보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질 않더군요.
할 수 없이 "너~ 도저히 안되겠다. 병원에 같이 가자."
녀석을 보쌈하듯 둘러메고 서비스 센터로 향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녀석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 놓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쓸데없는 프로그램 다 지우고 정말 필요한 것만 깔아서 그래도 생생하게 잘 썼었거든요.
근처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습니다.
언제 갔는지 저에게 신고도 없이 이사를 갔다더군요.
여기서, 한 번 맥이 풀렸지만 기왕 나선 길, 이사간 곳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녀석을 기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기사는 설명을 잠깐 듣고 전원 버튼을 한 번 눌러보더니 녀석을 제대로 진찰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손님, 이건 99% 메인보드 문제입니다. 손님과 같은 증상으로 오시는 손님들이 가끔 있는데 원인은 대부분 메인보드입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이런, 그러면 홈페이지에 고장 증상에 대한 안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아냐? 메인보드 문제인 것만 알았더라도 고치러 오지는 않았을 건데~'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그래도 한 번 뜯어보시고 진찰해 주시죠~"라는 말이 입밖에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갑니다.
여기저기 깨지고 부숴져 너무나도 흉칙한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그냥 보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녀석을 데리고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집으로 가려다 딴 병원에 한번만 더 가봐야겠다~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곳에서도 역시 똑같은 말을 합니다.
허탈합니다.
그래도, 녀석을 살려보려 했었는데.
옥션에서 메인보드 내놓은 사람 없나 찾아보기도 했지만 중고를 30만원 정도에 팔고 있을 뿐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동안 잘 썼다. 고맙다 내놋북아~>
그래서 결국 떠나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삼성 센스 830 지금도 쓰고 계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쓰시다가 저와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되면 메인보드 고장으로 생각하시고, 조용히 보내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센터에서 수리 비용으로 제시한 가격이 30만원 선이었으니, 요즘 나오는 웬만한 저가형 노트북을 새로 하나 장만하는 게 더 나을 듯 합니다.
그리고, 서비스 좋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기업이 단점을 가리고 장점만을 부각하며 자기의 상품을 선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변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령, 자주 일어나는 고장 증상 등에 대한 정보 또한 상세하게 공개하여,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더 신뢰 받는 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는 외국의 선진 자동차 회사들이 고객들의 신뢰를 더욱 많이 받고 있다는 거, 너무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기대해 봅니다.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이렇게 적어두면 나중에 누군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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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센스 ( sens) 830 : 고장증상 -> 메일도착 표시등 점멸, 부팅 안됨 : 99% 메인보드 고장(기사 소견), 센터 측에서 제시한 예상수리비 : 30만원
결론 : 땅에 묻고, 명복을 빌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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