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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리반 아이들이 붙여 준 '아빠'라는 또다른 이름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저에게는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동안 저에게 매년 5월 15일은 조금은 민망한 날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침 조회 시간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깨알같은 글씨로 칠판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들, 교탁 위에 초를 밝힌 채 놓인 케이크 하나,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아이들의 고마운 환대에도 불구하고 늘 저는 그 앞에서 움츠러드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큰 목소리만큼이나 노래의 제목 속에 담긴 '스승'과 '은혜'라는 두 글자가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커 보였습니다.

어른들처럼 욕심많지 않고, 어른들처럼 때묻지 않은, 어른들처럼 사사로운 이해 관계를 따지기 좋아하지 않는 그네들로부터 '스승'이라는 이름을 들을 자격이 내게는 없다는 자격지심은 유독 5월 15일이 되면 매일 밟고 서는 교탁 앞을 가시밭처럼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리고, 오늘.
교직에 몸 담은지 햇수로 10년 차 되는 스승의 날입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 못난 담임에게 아이들은 '아빠 힘내세요' 라는 노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아빠'..'아빠'.. 고3 아이들로부터 아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닌데도 아이들이 새로 붙여 준 '아빠'라는 새 이름이 왜 이렇게 지금까지 제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기뻐하는 모습을 솔직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못난 담임을 '아빠'라고 불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착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이 기뻤습니다.
'아빠'라는 두 글자의 큰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노력하여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습니다.

학교 안에서 보는 '학교'와 학교 밖에서 보는 '학교'는 조금은 달라 보입니다.
학교 밖에서 보는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제 눈에 비친 우리 아이들은 10년 전과 똑같이 착하고, 건강합니다.
학교 밖에서 보는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선생님들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10년 전과 똑같이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학교는 건강하게 숨쉬며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애당초 문제는 학교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향된 시선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좀 더 열심히 사랑하고,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에 펼쳐 놓고, 두고두고 꺼내 보려 합니다. 그것이 오늘 '못난이'를 '아빠'로 만들어 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