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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능 세대가 아닙니다.
고3이랍시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공부만(?)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휴대폰으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던 때였으니 그동안 세상도 참 많이 변했다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굳건히 그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학교에는 유달리 그런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일 고약한 녀석 중의 하나가 바로 12월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학 배치표입니다.
대한민국 고3 담임, 학원 강사, 고3 수험생, 고3 학부모는 다 보는 베스트셀러 - 대학 배치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총 4번, 고3 학생들의 담임을 맡아 생활해 보았습니다.
경력 많으신 선생님들에 비하면 풋내기일뿐이죠. 하지만,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이나 저 같은 풋내기 고3 담임이나 수능이 끝나고 나면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설 입시 기관에서 배포하는 대학 배치표입니다.
대학 배치표와 진학 자료집이 학교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학교에서는 진학 상담이 시작됩니다. 상담을 위해서는 대학 배치표 세 장(가군, 나군, 다군)이 필수 준비물입니다. 아마 전국의 모든 학교, 학원 선생님들이 몇 개의 - 다섯 손가락만으로도 꼽을 수 있는 - 사설 입시 기관에서 발행하는 이 배치표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학 입시와 관계된 수많은 이들이 대학 배치표를 신뢰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며, 대학 배치표가 우리 대학을 서열화하는 데 숨은 주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제가 고3이었던 때도 그랬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그 때는 휴대폰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사설 입시 기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설 입시 기관에서 발행하는 대학 배치표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다 본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모두 이 몇 개의 사설 입시 기관에서 발행하는 대학 배치표에 의해 그 가치가 평가되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설 입시 기관이 대학 배치표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돈벌이를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아니고, 우리 나라의 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대학 배치표를 만드는 것일 뿐인데, 우리 대한 민국은 그들의 돈벌이 수완에 우리 나라의 미래를 송두리째 맡겨 두고 있는 겁니다. 괘씸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 서열화의 숨은 주역 - 사설 기관의 대학 배치표
사설 기관에서 만들어 내는 대학 배치표가 대학과 학과의 특성에 대해 소개하는 자세하게 소개하는 자료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이 대학 이 학과에 가면 이런 공부를 해서 이런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라고 소개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다 아시다시피 대학 배치표에는 그런 내용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왼쪽 칸에는 점수, 오른쪽 칸에는 대학과 학과들이 깨알 같이 적혀 있을 뿐입니다. 사설 입시 기관에서 발행하는 대학 배치표 덕분(?)에 30cm자 하나면 있으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누구나 다 입시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작은 것으로부터의 개혁
사설 입시 기관에서 대학 배치표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 민국의 대학 서열화의 숨은 주역이 바로 이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전국의 대학과 학과의 특성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자료집을 모든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인식의 전환일 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의 인식을 붙들어 매고 있는 나쁜 제도나 관습부터 고쳐 나가는 것도 사회 전체의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3 수험생 여러분.
배치표에 여러분의 미래를 전당 잡히기 보다는 여러분들이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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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m자 하나면 있으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누구나 다 입시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요거 심하게 와닿고 있네.
고등학교 선생들 진학상담 한답시고 하는게 자들고 배치표 찾는게 전부인데.
'너 몇점?'
'XXX점이요'
'어디보자... 그럼 여기저기거기 중에 골라봐'
- 진학 상담 끝 -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문제가 아니지요.
억 단위 연봉을 받는 학원 강사도, 심지어 이맘 때면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위 입시 전문가라는 분들도 대학 배치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대학 배치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사, 학부모, 학생, 강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설 입시 기관의 돈놀이에 우리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화 되고 있다고나 할까요?
비밀댓글 입니다
우리글닷컴의 '우리바탕체'와 '우리새봄체'입니다.
무료 폰트가 아니어서 사용하시려면 해당 사이트에 가셔서 구입을 하셔야 합니다.
쌤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간제 교사로서 현재 서울 x고 3학년 교무실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데요,
제가 직접 3학년을 가르치진 않지만, 주변 선생님들과 상담하러 오는 고삼딩을 매일 매일 보는데요,
물론 진학서적과 배치표를 가져오는 업체 직원도 보고, 각종 대학에서 오는 영업사원(?)도 봅니다.
중학교에서 근무할때는 겪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인데요....전 15년 전에 고삼을 겪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전혀 달라진것이 없는게 '배치표'였습니다... 사실 너무 너무 황당하고 웃겼습니다..
아직도 서연고 서성한중경~~ 이딴 서열에 목매는 아이들 보면 애들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치표 불법화 해야 한다는데 완전 동의 합니다.
여담이지만, 앞으로는 고교선택제가 시행되어서 고등학교 쌤도 중학교로 영업나가아 할거라고 교무부장 쌤이
회의에서 자주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 있는 모 고교는 서울대 최종합격도 아닌
1차 수시합격 합격자도 플랭카드에 떡하니 이름써서 교문에 붙어 놓았답니다... 이에 자극받은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따라할 듯 십네요.... 배치표 왜 아직도 이런게 있는지 모르겠군요....
'나도 선생님'님의 댓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아주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던 것들이 가끔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저 자신마저도 늘 배치표를 끼고 살았었는데.... 문득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전국 수십만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배치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