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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흡연 15년차, 박재갑 교수를 지지합니다.


"담배는 사고팔면서 멜라민 걱정?” 이라는 기사를 보고 씁니다.

15년 동안 담배를 피워 왔습니다.
15년 동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15년 동안 하루도 담배를 안 피운 날이 없었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 날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어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우시지 않는 분들이 저를 두고 '의지박약아'로 비아냥거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겪었던 이 아이러니한 과거가 백해무익하다는 담배의 끈질긴 생명력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중독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 금연 결심을 안 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흡연으로 생긴 병 때문에 고통 받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담배를 계속 피우다가는 저도 언젠가 그렇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박재갑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

참으로 유치한 발상이지만, 옛날 '담배인삼공사'가 무척이나 원망스럽습니다.

몸에 무척 좋은 '인삼'과 몸에 지독히도 안 좋은 '담배'를 합쳐 이름을 만든 것부터, 담배의 폐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골목 구석구석마다 담배 자판기를 수두룩하게 깔아놓고 매출 증대에만 열을 올렸던 그 때 그 담배인삼공사가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황금알을 낳던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만 '담배인삼공사'를 민영화해 놓고 이제는 국민건강을 위한답시고 100원, 200원 담뱃값 인상 운운하며 무슨 선심이라도 쓰듯 으스대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불쾌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박재갑 교수가 어제(11월 11일) 담배 제조와 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두 번째입니다. 얼마 전 학교에 금연교육을 위해 오셨던 강사가 텔레비전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지게 한 것도 박재갑 교수의 덕택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늘 인터뷰 기사에 실린 박재갑 교수의 말입니다.

어떤 상품에서 단 1가지 발암물질만 나와도 팔지 못하는 게 상식인데 발암물질이 15종류나 되는 담배 만큼은 버젓이 팔리고 있다...흡연자는 사회가 만든 희생자다. 정부가 전매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 돌려줘야 한다.
전 박재갑 교수가 제출한 입법 청원서가 받아 들여져 '담배금지법'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금연 결심을 하고도 번번히 실패했는데, '담배'가 아예 없는 세상, 그래서 담배를 구할 생각조차 가지지 못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적어도 일곱 살짜리 내 아이가 저처럼 담배를 배우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아빠들의 공통된 바람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