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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TV에서 고등학교 광고 보는 날 올까?


오늘 블로그에 달아 놓은 구글 애드센스에 한 고등학교 광고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교육에 대한 글들을 올리다보니 사설 학원이나 대학 등의 광고가 올라오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보아 왔습니다만, 고등학교 광고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애드센스에 광고 하나 올라온 것이 뭐 그리 대수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으로 학교에 불어닥칠 무한경쟁의 회오리바람을 예고하는 것 같아 어째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 구글 애드센스에 올라온 한 고등학교 광고 문구. 무한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2010년 서울 지역 '학교선택제' 실시, 이미 학교는 홍보 전쟁 중

이미 서울의 고등학교들은 홍보 전쟁 중입니다. 실업계 고교들은 이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해 왔습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지 않으면 학교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실업계 학교들이 특성화 고교로 간판을 바꿔 달고 난 뒤, 홍보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반면, 서울의 대다수 인문계 고교들은 그동안 실업계 고교나 특성화 고교처럼 중학교 학생들을 찾아 다니며 홍보 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 입시에서는 일명 '뺑뺑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배치해 왔었고, 현행 입시제도하에서는 특별히 학교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나, 2010년 학교선택제 실시를 앞두고 서울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들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선택받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교의 존립 자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결국, 살아남게 될 학교는 '입시성적' 좋고, '돈' 많은 학교

학교선택제는 교육에 있어서의 무한경쟁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교육의 질을 가지고 학교 간에 경쟁하는 것에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질을 따지는 기준이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풍토 속에서 학교 선택제가 실시되면 학교들은 대학 입시 성적을 최고의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류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보냈느냐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질을 따지는 기준이 될 것이 명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학교 간의 과도한 경쟁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질에서 벗어나 다른 것으로까지 번지게 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우려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학생들 간에 존재하는 학력 격차를 부모의 경제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은 '교육'과 '돈'의 상관 관계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학교 간의 경쟁에 있어서도 '돈'은 학교 간의 격차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因子)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 고등학교들도 기업처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광고를 하게 될 날이 머지 않은 듯합니다. 대학교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 등에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고등학교들도 살아남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블로그에 실린 한 고등학교의 광고를 보면서 내년 서울에서 시행을 앞둔 '학교선택제'가 '입시지상주의의 교육 현실'을 고착화하고, '돈 있는 학교'는 '살고', '돈 없는 학교'는 '죽는' 정책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두서없이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