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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랑

알쏭달쏭 우리말32 : '파이팅'과 '화이팅'의 부적절한 공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파이팅(fighting)의 뜻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힘내자’로 순화.

그러나 이 말을 흔히 '화이팅'으로 표기하거나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 fighting은 []으로 발음합니다. 우리 국어의 외래어표기법 규정에서는 국제음성기호 [f]를 'ㅍ'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른다면 fighting은 '파이팅'으로 표기해야 하며, '화이팅'으로 표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운동 시합을 하거나, 응원하는 자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파이팅'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있는 생명력 넘치는 말이지만, 다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국적 불명의 말이기도 하지요. 정작 영어권 화자들은 똑같은 상황에서 이 말을 쓰지 않으니까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살아 있는 말을 굳이 다른 말로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해당 언어의 모국어 화자들 사이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말을 우리가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힘내자'로 순화해야 하는 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파이팅' 보다는 밋밋한 느낌이 듭니다. 저만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힘내자'라는 말이 대다수의 언중들에게 선택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러한 느낌을 갖는 것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네티즌(netizen)' 대신에 '누리꾼'이라는 소중한 새말을 만들어 낸 것처럼, '파이팅'을 대신할 아름다운 우리말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